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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m

낮술- 유혹이 아닌 거절에 관한 영화 보는 내내 답답하다. 사람들의 부탁이나 부탁을 가장한 강요에 한마디 대꾸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다닌다. 우유부단함의 극치. 많은 사람들이 본인은 거절을 잘 못한다고 한다. 아마 그럴 것이다. 누구도 남의 부탁을 딱 잘라 말하는 냉정함을 갖긴 쉽지 않다. 하지만 유난히 부탁을 많이 받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늘 거절에 관해 고민해야한다. 나도 그런 편이다. 유난히 금전적인 부탁이 많다.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내가 쓸 돈은 없어도 일단 빌려주고 본다. 하지만 그렇게 여기저기 뿌려진 나의 돈들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고, 또 그 돈을 빌려갔던 사람들 또한 회수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난 내 돈들을 나도 손대지 못하는 일년단위 적금이라든지 교직원공제회 장기저축에 넣기 시작했다. 부탁을 거절하지.. 더보기
나는 고양이 스토커 영화제 기간이라 길거리 공연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영화제 측에서 고용한 사람들도 있지만,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가난한 예술가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메가박스 앞에서 미니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한 청년. CD 한장에 3000원... 그 앞에 놓인 기타 케이스엔 꽤 많은 지폐들이 쌓여있다. 아마 오늘 판매된 시디가 이 청년이 판 음반판매량 중에 10%는 되리라하는 생각을 하며 봄바람처럼 살랑거리는 그 청년의 노래를 듣는다. 봄바람은 비를 예고하는 습기를 머금고, 덥지도 차갑지도 않게 불어온다. 봄바람이 이토록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인지 예전에 미처 몰랐다. "나는 고양이 스토커"라는 영화를 봤다. 말그대로 고양이 스토커에 관한 이야기다. 물론 물론 단순히 고양이와 그 스토커에 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 더보기
초속5cm 떨어지는 벚꽃잎과 쓸쓸한 설경과 가슴아픈 첫사랑... 이로써 나에게 있어 가장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은 귀를 기울이면에서 초속5cm로 바뀌게 되었다. 굉장히 단순화 시킨 것 같으면서도 감정선을 건드릴 만한 표현에선 그것이 대사이건, 영상이건 최고로 깊숙하고 디테일하다. 그의 전작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에서처럼 일상적인 풍경이 전해주 는 아름다움은 정말이지 극에 달한다. 일본 특유의 정서 와비와 사비의 느낌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듯한 느낌... 더보기
홍상수의 힘 "세상에 이유가 있는 행동이 어딨어. 다 행동한 후에 이유를 붙이는 거지." 하지만 사람들은 무언가에 의미부여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자신이 관심이 있고 어느정도 전문적인 지식이 있다고 하는 것들에 대해선 더욱 그렇다. 평론가들이 영화나 미술이나 시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처럼-사실 작가들이나 감독들이 전혀 생각하지 않은 부분에 평론가들이 지나친 의미부여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그들을 반박할 논리나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냥 수긍하는 척하게 된다. 시인 이상이 죽기 전에 방바닥에 금붕어라고 쓰고 죽었단다. 그랬더니 문학평론가들이 의미부여를 해댔단다. 금붕어라고 쓴 이유에 대해..... 같혀 지내는 삶, 자신만의 세상 어쩌구 해댔겠지. 한참후 이상이 쓴 건 금붕어가 아니라 오렌.. 더보기
영화 똥파리 리뷰 이 영화의 힘은 결국 양익준이다. 감독 겸 배우 겸 각본... 저예산영화의 힘 일당백...양익준이 맡은 역은 똥파리의 주인공 상훈. 상훈은 늘 욕을 달고 산다.사채업사무실에서 수금을 하며 살아간다. 삐삐를 가지고 다니고 통장도 없는 그야 말로 막사는 양아치다. 거친 욕에, 더러운 인상에 아버지를 패고 경찰을 패고 여고생을 패는 패륜아. 이 사람을 동정할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아야함에도, 아니 오히려 혐오감을 느껴야함에도 영화가 끝나고 나면 대부분의 관객들이 이 똥파리같은 인간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아픈 과거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물론 아픈 과거나 가족사가 양아치같은 인간의 변명거리가 될 수는 없다. 다만 그에게는 늘 무뚝뚝한 진심이 있었기에, 그렇기에 연민의 정을 느낄 수.. 더보기
로맨틱 아일랜드 그저그런 스토리, 그저그런 갈등, 그저그런 감동... 그저그런 상업영화. 일종의 한국판 러브액츄얼리를 만들고 싶어했는지 모르겠지만 그저 예쁘게만 포장하려해서 알맹이엔 신경쓰지 못했다. 아이큐 세자리와 의무교육정도만 받았다면 누구나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정말로 유치찬란한 영화다. 그의 조감독으로서의 전작들을 보니 대충 이해가 간다. 투사부일체, B형남자친구... 뭐 상업영화에, 예술영화와 같은 작품성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철저한 상업영화이기를 바랄 뿐이다. 잘만들어진 상업영화는 그 자체로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더보기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 우리는 음악을 '찾아'듣는다. 우리에게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예술인들이거나 대중가수고, 정말 음악을 좋아하는 일반인들은 동호활동을 해가며 음악을 접한다. 하지만 아일랜드인들에게 음악은 일상이었다. 어디서나 음악은 울려퍼지고, 낮에 작업하고 페인트 뭍은 옷을 입고 동네 작은바에 와서 연주를 하는 그들에게 음악은 찾아 듣는 것이라거나 동호활동이 아니었다. 그냥 일상이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모두가 음악인이었으며 악보를 음악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음악을 배워나갔다. 아일랜드는 꼭 가보고 싶은 나라였다. 아일랜드라는 드라마, 데미안 라이스라는 가수, 원스라는 영화... 그리고 그들의 아픈 역사마저 아일랜드라는 나라에 꼭 가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더보기
영화 우리집에 왜 왔니 리뷰 달콤살벌한 연인, 미쓰홍당무에 이어 또하나의 강력한 캐릭터 영화가 나왔다고 했다. 달콤살벌한 연인은 몰라도 미쓰홍당무는 작년에 나왔던 한국영화중에 가장 수작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와 견주어진 이 영화가 구미를 당겼다. 강혜정은 사실 그다지 나와 코드가 맞지 않는 연기를 한다. 연기파 배우들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는 그녀의 연기는 늘 어딘가 모르게 어색했다. 그녀의 연기를 보다보면 은근슬쩍 나도모르게 손발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오그라드는 것을 느끼곤 했다. 그나마 가장 훌륭한 연기는 연애의 목적이었던 듯... 이 영화에서의 캐릭터는 허브에서의 백치미와 웰컴투동막골에서의 미친X 연기가 적절히 짬뽕되어 완성되었다. 하지만 영화에서의 강혜정을 가만 보고 있으면 바보도 아니고 진짜 미친X도 아니다. 지극히 정상처..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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