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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연을 쫓는 아이 참 질리게 하는 책이다. 시종일관 우울하고 비참하며 절망적이다. 소설을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이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도 않을 것이며, 그 어떤 희망도 주지 않을 것이란 복선과 암시로 가득하다. 예고된 비극적 결말과 과정들을 한 줄 한 줄 읽어내려가야한다는 것은, 그것도 600여 페이지나 되는 두터운 책을 완독해야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채 몇 장 읽어보기도 전에,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소설을 다 읽기는 힘겹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건 마치 첫장인 집합 부분만 너덜너덜하고 뒷 부분은 빳빳한 수학의 정석과 같은 책이 되어 내 책장에 꽂혀 있게 될 거란 예감같은 거였다. 사실 이 책을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는 성장소설 쯤으로 오해하고 읽기 시작했던 사람들이 많다. 거의.. 더보기
와인한잔의 진실 와인은 잘 모른다. 그저 대형마트에서 파는 1~2만원짜리 달달한 와인을 가끔 마실 뿐이다. 와인을 제대로 맛보거나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 그저 딱! 맛이 없다고 느껴지는 그런 드라이한 와인을 진짜 맛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와인을 좀 마시는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다. 아마 내가 마셔본 가장 비싼 와인은 헌이형네 바에서 마신 몬테스 알파일 것이다. 분명 맛있었다. 뒷맛도 오래가고 필요치 않은 단맛도 나지 않았다. 묵직한 향도 좋았고...... 이 책을 읽다보면, 마시지 않은 와인의 맛까지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혀로 맛보지 못한 맛을 머리로 맛보는 기분. 와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책은 아니다. 그저 특정 와인이 단편 소설의 모티브가 될 뿐이다. 라 타슈는 복잡한 향기와 혀의 감촉.. 더보기
엄마를 부탁해 - 우리 엄마도 부탁해 카풀하는 선생님 차 뒷자리에서 '엄마를 부탁해'를 읽다보면 순간순간, 들이쉬는 숨과 함께 가슴과 배가 떨려오며 코 끝이 찡해지곤 했다. 빨개진 눈을 들키지 않으려, 숨죽여 읽던 그 책을 오늘 다 읽었다. 누군가는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고, 그저 논픽션이 아닌 픽션으로서의 냄새가 강한 작품이었다고 이 작품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랬다. 엄마을 잃은 한 여자가 쓴 처절한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그리고 그동안 엄마를 잊고 살았던 나에게 향하는 손가락질 같은 작품. 이번주 금요일에 작은 누나가 있는 포천에 올라갔다. 몇 주전부터 벼르고 있던 엄마는 이번주에는 올라갈끄나 하고 물으셨다. 내가 태어난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보게된 핏줄이 그렇게도 그리우셨나보다. 고생스런디 우리가 전주로 가서 .. 더보기
중국행 슬로보트 캥거루는 한 번에 한 마리밖에 새끼를 낳지 않습니다. 그래서 암놈은 새끼를 한 마리 낳고 나면 금방 또 임신을 합니다. 그러니까 캥거루는 캥거루를 존속시키기 휘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캥거루의 존재 없이 캥거루는 존속하지 않으며, 캥거루를 존속시키려는 목적이 없으면 캥거루 자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캥거루 통신 中- 필 받은 김에 그의 책을 모조리 읽어버리겠단 생각으로 시작한 짓이 이제 반환점을 돌고 있는 느낌이다. 그는 굉장히 많은 책을 썼다. 사실 반환점을 돌고 있다는 건 내 느낌일 뿐, 이제 막 출발선을 지나왔는지도 모른다. 그는 그만큼 많은 책을 썼다. 중국행 슬로 보트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상세보기 그는 다양한 얘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얘기하려는 것 처럼 보이지만.. 더보기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 김난주의 감성 암수가 구별되는 생물들은 늘 목마름을, 굶주림을 경험해야한다. -옮긴이의 말- 작가를 보고 작품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외국 작품같은 경우엔 작가의 비중만큼, 때론 그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기도 하는 것이 바로 번역가의 이름이다. 『김난주』 가끔 번역은 또다른 창작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만약 그렇다면 김난주씨는 훌륭한 창작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다. 어떤 사람이 번역을 하든지 그 작품의 기본적인 스토리는 같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누가 번역하느냐에 따라 확연하게 다를 수 있다. 우리가 느끼는 무라카미 하루키나 에쿠니 가오리 소설에서 풍겨지는 냄새와 촉감과 이미지와 감성들은 김난주씨가 만들어 놓은 것일 가능성이 크다. 굳이 창작이 아니더라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감성과 김난주씨의 감성이.. 더보기
연금술사 무라카미 하루키가 인간 내면의 깊은 곳에서 대상을 철저하게 분석하듯이 바라본다면, 파울로 코엘료는 멀리서 인간을 내려다보며 관조하듯 대상을 바라본다. 물론 그저 1인칭과 3인칭이라는 시점차이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내가 볼 때 그것은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 때문에, 시점은 차후에 소설을 쓰고자 할 때 자연스럽게 그렇게 설정될 수 밖에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 되도록 도와준다네" 내가 진정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이던가? 아니,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기나 한 것일까? 간절히 원하는 대상조차 없으니 막연하게 바라고 있는 행복한 삶이라는 건 있을 수 없을테지. 내가 무엇인가 간절히 원할 때, 우주는 내 소망을 실현시켜줄것.. 더보기
엄마를 부탁해 - 슬픔은 내러티브에서가 아니라 스키마에서 비롯된다 - 슬픈 영화는, 영화 마지막에 관객들을 울리기 위해 영화의 대부분의 시간을 그 마지막 슬픔을 위한 장치로 사용한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처음부터 슬픈 책은 없다. 여느 때처럼 혼자서 순대국밥집에 갔다. 주문을 하고 스포츠신문을 대충 훑어보고선 가방 속에 있는 책을 꺼낸다. 왼손에 책을 들고 팔꿈치를 식탁에 대고 오른손으론 기계적으로 국밥을 떠 입 속에 넣는다. 나름 행복한 순간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동시에 할 수 있으니깐... 이제 막 읽기 시작한 '엄마를 부탁해' 처음 읽자마자 약간의 낯섦이 느껴진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1인칭 시점도 아니고,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도 아니고, 3인칭 관찰자 시점도 아닌.... "너는............"으로 서술되는.... 그러니깐 이건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더보기
캠핑카를 사야 한다 -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에필로그- 다 읽기 아까운 책을 결국은 다 읽고 말았다. 책을 단기간에 많이 읽을 때보다, 오랜기간 동안 단 한권의 책을 깊이 있게 읽는 경우가 더 영양가 있다. 많은 경우에 그렇다. 나이 오십이 넘으면 일주일에 2~3일은 캠핑카를 타고 밖으로 나가, 풍광이 아름다운 곳에 차를 세워놓고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끓이고,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글 쓰는 것이 내 꿈이다. -본문 298쪽-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사나보다. 독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를 하며, 우리나라 최고의 강사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김정운 교수나, 6학년 6반 10평짜리 교실에서 31명의 학생들과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는 나나 결국 비슷한 미래를 꿈꾸며 산다는 얘기다. 나도 열심히 돈을 벌어서 캠핑카를 사고, 풍광 좋은 곳에 차를 세우고 핸드드립..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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