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서 머리 감겨주는 걸 좋아했다. 누워서 눈을 감고 머리를 맡기는 것이 왠지 관능적이었다.(이 말을 언젠가 누구에게 했더니 그냥 변태같은 것이라고 했지만....) 파마를 핑계삼아 미용실에 갔다. 쎄시, 여성동아..... 뭘 보며 이 시간을 버텨야하나. 스마트폰 속 이용임 시인의 수필 덕분에 민망한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파마약을 씻기기 위해 머릴 감겨주는 시간도, 중화를 마치고 샴푸를 하는 시간도 더는 관능적이지 않다. 이미 최고의 관능은 내 삶을 관통했다. 거울에 비친 완성된 머리가 맘에 들지 않는다. 한마디 해야하나? 마침 내 옆에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듯한 남자 아가가 다가와 우두커니 서서 날 바라보더니 씩~ 웃는다. 나도 따라 씩 웃는다.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집에 돌아와서 이미 충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