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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일기 28

미용실에서 머리 감겨주는 걸 좋아했다

미용실에서 머리 감겨주는 걸 좋아했다. 누워서 눈을 감고 머리를 맡기는 것이 왠지 관능적이었다.(이 말을 언젠가 누구에게 했더니 그냥 변태같은 것이라고 했지만....) 파마를 핑계삼아 미용실에 갔다. 쎄시, 여성동아..... 뭘 보며 이 시간을 버텨야하나. 스마트폰 속 이용임 시인의 수필 덕분에 민망한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파마약을 씻기기 위해 머릴 감겨주는 시간도, 중화를 마치고 샴푸를 하는 시간도 더는 관능적이지 않다. 이미 최고의 관능은 내 삶을 관통했다. 거울에 비친 완성된 머리가 맘에 들지 않는다. 한마디 해야하나? 마침 내 옆에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듯한 남자 아가가 다가와 우두커니 서서 날 바라보더니 씩~ 웃는다. 나도 따라 씩 웃는다.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집에 돌아와서 이미 충분..

싸이월드 일기 2017.10.27

수준과 만족

살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삶의 수준이 많이 향상되었다. 덜덜거리는 중고차이긴 하지만 오너드라이버가 되었고 두평에 천장이 머리에 닿는 자취집에 살다가 지금은 임대아파트이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아파트에 살고 있다. 예전엔 몇 십원이라도 더 싼 라면을 사기위해 그 좋아하던 오징어 짬뽕을 사지 못하고 분말스프와 건더기스프가 따로 있지 않고 하나의 스프봉지만 들어있던 안성탕면을 사먹었다. 그것두 여자친구와 먹을 때나 계란이 들어가곤 했었다. 하지만 이젠 라면은 신라면이 되었든, 무파마가 되었든 라면은 그저 싸구려 불량 음식 밖에 되지 못한다. 일일이 다 나열하진 못하겠지만 여튼 내 삶의 수준(그것의 물질적 풍요로움이라고 볼 때)은 경이로운 상승 그래프를 그리며 올라갔다. 하지만 그 향상된 삶의 수준이 과연 ..

싸이월드 일기 2017.10.08

보리수나무

오늘 연수중에 알게 된 사실... 몇 년동안 진짜 궁금했던 나무의 이름... 어릴 적 아버지께서 많이도 꺾어다 주셨던 내가 제일 좋아했던 간식... 파리똥 나무.. 근데 그 나무의 진짜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 오늘 알게 된 이름은 바로바로바로바로.............. 보리수나무 영어가 오히려 더 꽂힌다 silverberry...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었다던 보리수와는 그 학명이 다르단다. 보리수나무(silverberry)와 보리수는 다르다는 것...

싸이월드 일기 2017.10.04

다름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가며 자신만의 틀을 만들어간다. 형이상학적인 틀부터 형이하학적인 틀까지.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틀의 톱니바퀴가 맞아들어가는 사람들끼리 어울리게 된다. 그 틀과 톱니바퀴가 정교해질수록 점점 자신만의 세계와 주변세계가 견고해지고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관용과 용기(차라리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용기에 가까워진다)는 점점 사라지고 만다. 다름을 인정할 수 없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즉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아집과 독단과 고루가 자 기 자신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천천히 낙숫물이 바위를 뚫 듯, 석회동굴의 종유석과 석순이 만나 석주가 만들 어지 듯 아주 자연스러운 긴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이 아집과 편견에 싸여있다..

싸이월드 일기 2017.09.20

인생은 결국 선택의 연속이다.

인생은 결국 선택의 연속이다. 하다못해 바지 하나를 사더라도, 색상을 선택하고 스타일을 선택하 고 가격대를 선택하고 주름, 밑단, 주머니... 수많은 것들을 선택해 야 한다. 밥을 먹을 때도, 반찬을 무엇을 집을 것인지, 밥을 얼마나 퍼야하는 지, 어느 정도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식사를 할 것인지 선택하고 결정해야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사소한 일상이 선택의 연속임을 잘 알아채지 못 한다.

싸이월드 일기 2017.06.05

스승의 날

촌지 [寸志] [명사] 1 =촌심(寸心). 2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 ≒촌의(寸意)·촌정(寸情). 3 정성을 드러내기 위하여 주는 돈. 흔히 선생이나 기자에게 주는 것을 이른다. 사전적 의미가 이렇게 동감이 되지 않는 경우는 처음이군. 스승의 날이 돌아오니까 언론에서 벌써 슬슬 입질 시작이군. 솔직히 현장에선 스승의 날을 기다리고 고대하는 교사따윈 거의 없다. 스승의 날이라고 정해놓고 전국민 앞에서 교사들에게 개망신이나 주는 이런 날은 좀 없애버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스승의 날이라고 뭔가를 바라면서 한탕 할 마음을 가지고 있는 그런 선생들 역시 같이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 부가정보 등록일시 2009.05.06 15:35 (업로드 2009.05.06 15:35) 공개권한 비공개 태그 #에쥬케이터 이 걸 ..

싸이월드 일기 2017.05.26

환경이 정서를 지배할 수도 있다

아침 잠이 없는 녀석은 내 품에서 고개를 수없이 내젓더니 이마에 땀이 흠뻑 젖고서야 잠이 들었다. 아가 엄마도 쪽잠을 자고 있다. 밤 사이 내린 봄비 덕에 아침 바깥 풍경이 싱그럽다. 늦잠을 잘 수 있는 일요일 아침에 일찍 깬 나는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도 좀 읽고 분무기로 뿌려놓은 듯한 바깥풍경을 보고 나니 외려 일찍 깨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늘 시골에서의 삶이 그리워서인지 요즘은 화초 키우기에 빠져있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화분도 좀 들여놓고, 물배추 번식에도 열을 올리고, 바질과 강낭콩 싹이 커가는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한다. 아파트에서의 삶을 조금이나마 보상받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분명 아파트가 주는 편리함을 누리고 살긴하지만, 언젠가는 꼭 마루와 마당이..

싸이월드 일기 2017.05.13

봄비가 온다.

봄비가 온다. 비가 오고나면 부쩍 논두렁의 풀들이 자라 있을테고, 가로수 은행나무 잎들이 눈에 띄게 무성해지겠지. 누나가 이사가고서 누나방을 옷방으로 사용하려고 누나방에 있던 싱글침대를 밖으로 꺼냈다. 생각보다 너무 무겁다. 혼자서 나르기엔 벅차고 누굴 부르자니 마땅히 부를 사람도 없다. 베란다를 깨끗이 치우고 싱글침대를 놓았다. 누우니 하늘이 보인다. 오늘처럼 비가오는 날에는 비내리는 모습도 보일 거고, 샷시를 열면 바람을 맞으면서 잘 수도 있다. 아침이면 자명종보다 훨씬 유쾌한 방법인 햇빛으로 날 깨울 수도 있을거다. 10년이 넘은 컴퓨터 책상도 버렸다. 좁기도 하고 더워지기도 했고 한개의 다리에 받침대가 빠져버려서 균형이 맞지않아 못쓰는 책을 괴어 사용하던 책상이다. 큰 테이블을 샀다. 1800mm..

싸이월드 일기 2017.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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