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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일기

봄비가 온다.

봄비가 온다. 비가 오고나면 부쩍 논두렁의 풀들이 자라 있을테고, 가로수 은행나무 잎들이 눈에 띄게 무성해지겠지. 누나가 이사가고서 누나방을 옷방으로 사용하려고 누나방에 있던 싱글침대를 밖으로 꺼냈다. 생각보다 너무 무겁다. 혼자서 나르기엔 벅차고 누굴 부르자니 마땅히 부를 사람도 없다. 베란다를 깨끗이 치우고 싱글침대를 놓았다. 누우니 하늘이 보인다. 오늘처럼 비가오는 날에는 비내리는 모습도 보일 거고, 샷시를 열면 바람을 맞으면서 잘 수도 있다. 아침이면 자명종보다 훨씬 유쾌한 방법인 햇빛으로 날 깨울 수도 있을거다. 10년이 넘은 컴퓨터 책상도 버렸다. 좁기도 하고 더워지기도 했고 한개의 다리에 받침대가 빠져버려서 균형이 맞지않아 못쓰는 책을 괴어 사용하던 책상이다. 큰 테이블을 샀다. 1800mm짜리... 모니터 두개를 올려놓고, 베타 어항과 눈먼자들의 도시를 올려놓은 독서대도 올려놓았다. 스탠드조명도 올려놓고 초등학교 6학년 실과시간에 만드는 좁혔다 넓혔다 할 수 있는 책꽂이도 올려놓았다. 겐조 향수와 6개의 손목시계.........마지막으로 따뜻한 엽차를 담은 검정색 머그컵. 지저분하게 어지르니 더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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