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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일기

환경이 정서를 지배할 수도 있다

아침 잠이 없는 녀석은 내 품에서 고개를 수없이 내젓더니 이마에 땀이 흠뻑 젖고서야 잠이 들었다. 아가 엄마도 쪽잠을 자고 있다. 밤 사이 내린 봄비 덕에 아침 바깥 풍경이 싱그럽다. 늦잠을 잘 수 있는 일요일 아침에 일찍 깬 나는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도 좀 읽고 분무기로 뿌려놓은 듯한 바깥풍경을 보고 나니 외려 일찍 깨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늘 시골에서의 삶이 그리워서인지 요즘은 화초 키우기에 빠져있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화분도 좀 들여놓고, 물배추 번식에도 열을 올리고, 바질과 강낭콩 싹이 커가는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한다. 아파트에서의 삶을 조금이나마 보상받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분명 아파트가 주는 편리함을 누리고 살긴하지만, 언젠가는 꼭 마루와 마당이 있는 집을 짓고 싶다. 볕이 들어오는 마루에 누워 산들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자는 낮잠의 평온함을 우리 아들과 각시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 화분에서 자라는 화초가 아닌 마당에서 커가는 화초와 그 화초들을 부산히 옮겨다니는 작은 벌레들을 보여주고 싶다.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아침잠에서 깨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도 알려주고 싶다. 환경이 정서를 지배할 수도 있다. 아직은 능력이 부족한, 아니 결단이 부족한 남편이자 아빠이지만 언젠가는 꼭 내가 느끼며 자랐던 환경들을 만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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