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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에디톨로지-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나는 김정운 교수를 좋아한다. 사실 조영남과 KBS엔가 나와서 클래식을 설명하는 사람으로 나왔을 때는 교수와 어울리지 않는 곱슬곱슬한 머리스타일과 막 던지는 말투 탓에 약간 경박하게 봤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책을 읽고나서 그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교수는 진중해야한다. 교수는 유식한 말을 많이 써야한다는 내 알량한 선입견이 그의 진가를 몰라보게 방해했던 것이다.

그는 박식하지만 고루하지 않고, 솔직하지만 거만하지 않다. 자기자랑은 곧잘하지만 허세스럽지도 않다. 인간적인 미가 느껴지는 몇 안되는 지식인이다. 그래서 그가 좋다. 인간 김정운은 어려운 심리학도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 본인의 욕구에 대입해 설명한다. 그 중년의 외로움과 욕망을 이해한다. 내가 그렇게 변해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번 들어볼텐가? 역시나 첫 챕터부터 김정운스럽다. 성욕에 늘 솔직하지만 음흉스럽지 않다. 아니 음흉스러울지 몰라도 변태스럽진 않다. 아니 변태스러울진 몰라도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음흉하고 변태라고 해서 나쁜 사람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뭐 공식적인 아이팟광고였으니 사진을 찍는다고 저작권에 걸리진 않을 것 같다.



이 사진과 함께 이런 문구가 써있다.
"당신이 가장 먼저 바라본 곳은 어디인가? 시선이 곧 마음이다."

당신의 마음은 어디를 훑었는가? 감히 단언컨데 나와 같을 것이다. 바로......아이팟!

"언제나 그렇다. 인간은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산 본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극의 '선택적 지각'이라고 한다. 세상에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자극이 존재한다. 인간의 인지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자극만 받아들이게 되어있다. 문제는 앞서 본 아이팟 광고의 경우처럼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자극의 내용이 지극히 '편파적'이라는 사실이다. -19쪽-"


"선택적 지각"이라는 심리학적 용어를 설명하기 위해 저런 훌륭한 시청각자료를 책에 실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래서 난 김정운 교수를 좋아한다.


에디톨로지라는 용어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영어에 능통하진 못해도 대충 감은 온다. 편집에 관한 학문, 즉 편집학이다. 정보와 자극이 넘쳐나는 시대에 창조의 구체적 방법론으로 "편집학"을 제시한 것이다.

"세상의 모든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또 다른 편집이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하나도 없다! '창조는 편집이다.'-26쪽"

꽤 두터운 책이지만 흥미로운 예시와 객관적인 설명들 혹은 주관적인 설명들(그렇지만 그동안의 심리학적 내공이 기반이 된)이 주욱 이어진다. 재미있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나 <남자의 물건>보다는 보다 전문적인이라고 느껴지거나 무겁게 읽히는 부분도 있지만, 안 읽히면 스킵하면 된다.

책을 다 읽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읽는 것 역시 대의적 관점에서 에디톨로지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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