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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다시 독서를 시작해야겠다.

오늘 레미제라블을 보고 왔다. 영화평은 각설하고....
생각해보니 그 유명한 레미제라블이라는 소설은 어린이명작동화로도 읽어본 적이 없다. 그 흔한 어린이명작동화를 두메산골 내 고향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초등학교 때까지 단 한권의 책도 사본 적, 선물 받아본 적(물론 우리동네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러했다. 논밭에 나가 일하시기 바쁜 부모님들에게 아이들의 독서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이 없었으니 고작 읽은 책이라곤 학교 신발장으로 사용하던 나무선반에 꽂혀있던 초등학생을 위한 위인전 몇 질과 과학관련 도서들, 그리고 표지마저 너덜너덜해진 닳고 닳은 동화책들이 전부였다. 가끔 활자 자체가 그리워서 대학에 다니시던 삼촌이 사놓으셨던 세로로 문장이 인쇄된 세계 고전들을 읽긴 했었다. 아Q정전이라든지 달과 6펜스같은 작품말이다. 열살 남짓했던 시골 촌놈이 읽었던 것은 문학도 아니고 문장도 아니고 단어도 아니었다. 그저 활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중학생이 되어서 학교도서관이라는 것을 처음 구경했지만 운동장에 나가서 여학생들 시선을 의식하며 웃통 벗고 운동하는 것에 관심이 더 많았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가선 입시전쟁에 뛰어들었으니, 교실 한쪽 모퉁이에 자리 전세내서 온갖 사전 바리게이트 삼아 잠을 청할 지언정 고고한 문학작품을 손에 들면 큰 일이 나는 줄 알았다. 대학에 들어와선 열심히 술도 마셔야하고 연애도 해야하고 교육 정상화를 외치며 투쟁도 해야했다. 그렇게 4년은 훌쩍 지나가버리고 교직에 발을 들여놓고선 아이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정작 나는 한달에 한권 책을 읽는 것도 버거웠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남들 어릴 적 반 강제적으로 읽어야했던 어린이 명작동화도 읽어본 적 없고, 청소년기 남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빠져본다는 무협지도 읽어본 적 없다. 이십대 중후반에 들어서서야 독서의 재미를 조금 알게됐고 그래봤자 지금까지 독서량이 내 또래 평균치에 턱없이 부족하다. 가끔 글을 쓰고 싶을 때 내 표현력이 내가 아는 텍스트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함이 한스러울 때가 있다. 지금까지 축적된 문학적 소양이 없으니 아웃풋이 좋게 나올리 만무하다. 그저 세상 것들을 보고 듣고 흉내내는 정도에 불과하다. 좋은 글이 나오려면 내 생각을 가져야하고, 내 생각을 가지려면 남들의 생각을 관찰하고 내면화할 줄 알아야한다. 그리고 남들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독서를 다시 시작해야겠지...
인문학부터...

 

2013.01.30 01:44 (업로드 2013.01.30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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