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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반짝반짝 빛나는 리뷰

동사무소로 택배가 왔다. 
초등학교이름이 찍혀있는 익숙한 갈색 대봉투...
에쿠니 가오리의<반짝반짝 빛나는>과 
흰색과 검은 카카오 색이 적절히 마블링을 이룬 여러가지 모양의 벨기에 길리안 초콜릿이
대봉투의 모든 공간을 적당히 채우고 있었다. 
마치 그 두 물건을 보내기 위한 맞춤형 택배봉투인 양.
물론 그 택배봉투의 빈공간을 없애기 위해 책 옆에 적당한 크기의 초콜릿을 끼워넣은 셈일테지만...
책을 선물로 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책을 샀을 때와 마찬가지로 재산이 늘어가는 기분이다. 
책을 택배로 선물 받는 기분은, 게다가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을 택배로 선물 받는 기분은 
그 이상의 뭔가 더 특별한 것이 있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 늘 그렇듯<반짝반짝 빛나는>도 여성적이면서도 가볍지 않은 문체를 보여준다. 
계장님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여러대의 전화기가 쉴 새 없이 울려대는 동사무소 책상에 
앉아 읽을 때마저(정말 도떼기 시장같은 어수선함이다) 
햇볕에 잘 말린 이불 안에 들어가 그 안에 얇게 베인 햇볕내를 맡으며 책을 읽는 듯한 포근함을 느끼게 해준다. 
모든 이들의 아픔을 다루면서도 결코 어둡거나, 신파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반대로 그저 가볍고 경박스러운, 마냥 낙천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무심하면서도 따뜻하게
다정하면서도 동정심 없이...
그 문체는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를 글로 풀어내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뭐 그렇다는 얘기다. 
사족이지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영화로 보고 나서 
원작소설을 읽었을 때는 실망했었다. 
아마 그 원작소설을 에쿠니가오리가 썼다면,
그랬다면 그 영화의 느낌과 매치가 되었으리란 생각이 든다.
반짝반짝 빛나는
국내도서
저자 : 에쿠니 가오리(Kaori EKUNI) / 김난주역
출판 : 소담 200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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