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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공지영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공지영/오픈하우스
그녀의 화법을 좋아하진 않지만, 분명 공지영이라는 사람은 소설보다는 산문에 강점이 있는 듯 하다.
인생의 풍파를 많이 겪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3번의 이혼, 성이 다른 3남매, 그리고 작가로서 받아야했을 도덕적 비난들...
그래서인지 그녀의 산문에 나타나는 삶의 고민들은 좀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국내도서
저자 : 공지영
출판 : 오픈하우스 200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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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등산과 같고 친구는 그 등산길의 동료와 같다고 말이야. 등산로 입구에서 그렇게 많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들 가버렸는지 올라갈수록 인적은 드물어지고 그리고 외로워진다는 것을 말이야. 설사 누군가를 만나 함께 걸을 수는 있지만 때로는 운이 좋아 정상까지 함께 갈 수도 있지만 대개는 갈림길에서 헤어지거나, 각자가 걷는 속도에 따라 만나고 또 헤어지고 한다는 것을.
-네가 어떤 삶을 살든.........中-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연애'와 함께 가장 줄기차게 나를 쫓아다니는 고민은 바로 '우정'이다.
죽고 못살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곁에서 멀어져갈 때 느껴지는 허무함이란...
하지만 그런 멀어짐은 대부분 둘 관계의 소원해짐 탓이라기 보다,
갈림길에서 헤어졌거나 각자가 걷는 속도가 달라서 멀어졌을 뿐이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관계의 섭리이며 이제 그것이 안타깝거나 서운하지도 않다.
다만 그 소중했던 친구들의 안녕을 빌어줄 뿐이다.
사실 사회에 나와서 소중한 친구를 만나는 것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어쩌면 같은 길을 선택했고, 걷는 속도가 비슷한 그 친구들이야말로 함께 정상까지 갈 수 있는 친구일 가능
성이 크다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우리 모두는 늘 우리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배심원석에 앉혀 놓고, 피고석에 앉아 우리의 행위를 변명하고자 하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中-
참 우습고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들을 지 모르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하려고 할 때 두려운 것은 그 '행위'자체가 아니라,
그 행위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라는 것은 이미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는 어떤 일을 잘못했을 때,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해 누군가 내가 한 일에 대해 비난하려고 할 때
그들을 설득 시키고 이해 시키려고 안절부절한다.
정작 내 편이 되어주고 날 아껴주는 사람들은 내 행위에 대해 응원을 보내주는데도,
우리는 굳이 날 비난하는 사람들을 배심원석에 모셔놓고, 변명을 하기에 바쁘다.
날 비난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재판을 열 필요는 없다.
나와 날 아껴주는 사람들만 괜찮다면 나는 피고석에 서있을 필요도 없다.
나완 상관없는, 날 비난하는 이들은 무시하고 좀 더 자유롭게 살자는 말이다.
 
엑픽테토스는 노예였고 절름발이였다. 그가 어렸을 때부터 불구였다는 설도 있고 주인에게 맞아서 불구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지.아무튼 그는 끔찍한 어린 시절을 보냈음에 틀림이없다. 노예로 다시 로마로 보내졌을 때 그는 이미 해방된 노예인 에파프로디토스에게 고용된다. 그런데 해방 노예로서 노예의 비애를 잘 알고 있어야할 에파프로디토스는 에픽테토스를 학대한단다. 그래서 엑픽테토스는 알게 되었다고 해.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계속 그것을 전가한다고 말이야.
-네가 어떤 삶을 살든.........中-
슬픈 진실이다.
아버지의 폭력이 대물림되고, 고부간의 갈등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바로 "치유되지 않은 상처" 탓인 거다.
즉, 마음 속에 상처를 품고 있는 자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만을 남에게 베풀 수 있다고 한다.
미움을 가지고 있는 자는 미움을 줄 것이고, 사랑을 가지고 있는 자는 사랑을 줄 것이며, 상처를 가지고 있는 자는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받고 자라 사람이 사랑을 줄 줄 안다고들 하나보다.
참으로 슬픈 진실이다.
 
위녕, 예전에 엄마의 친구가 술을 마시다가 말했단다. 죽어 심판을 받더라도 예술가의 방은 분명 따로 있을 거라고, 도덕만 지키고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작품을 생산하기 위해 그들이 저질렀던 소위 '부도덕'을 면제해 주는 특별법이 있을 거라고
-네가 어떤 삶을 살든.........中-
비슷한 얘길 동호회에서 많이 듣는다.
'그 사람은 예술가잖아. 예술가는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예술적인 기질을 표현해야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그들은 뭔가를 걸러셔 표현하기 시작하면 예술가로서의 생명을 잃는 거야. 그래서 그 사람의 실수와 방종에
는 일정부분 면죄부를 주어야한다.'는 이야기.......
나도 그 실수(부도덕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싶진 않다)의 피해자라면 피해자일 수 있지만 이 글을 읽고
수긍이 전혀가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말이다.
그들의 부도덕에는 피해자가 있을 수 있고, 피해자가 있다면 그것이 예술가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피의자의 입장만 두둔하며 합리화 시킬 수 없다는 말이다.
"야이 씨X, X같은 개XX야~ 난 예술가다~~~~~~~~~~~~~~~~~~~~~~~~~"
나의 부도덕을 용서해다오~

 

 

  • 전채현
    담아가요^-^
    2010/06/20 22:12
  •  
    이책때문에 공지영의 팬이되어버렸는데.... 사랑후에 오는 것들 보구... 조~금 실망했지요 ㅋ
    2010/07/1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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