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백사십육일 째, 쉽지 않은 이인삼각을 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도중에 끈을 풀어버리고 싶은 힘겨움도 있었지만 용케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제 서로의 발목이 아플까봐 끈을 느슨하게 풀어주며 힘들지 않게 가는 방법도 터득했고요. 중요한 건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가는 것이지, 상대방을 옭아매거나 똑같은 걸음걸이로 가는 것이 아닌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겠죠. 앞으로 수천일을 더 함께 가자면 우리의 발목을 묶었던 끈이 닳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발은 따로 따로 걷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가끔 당신이 나의 어쭙잖은 등에 엎여서도 가고 당신의 무릎에 내 머리를 기대누워 쉴 수도 있으니 너무 걱정 말고 갑시다. 남들처럼 빨리 가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그저 길가에 피어있는 들꽃 하나 때문에 그 자리에 웅크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