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창문 틈으로 쏟아져 들어오자 눈을 뜬다. 차가운 아침 공기가 코를 간지럽히는데, 이불 속에서 몸을 웅크리며 창밖을 내다본다. 푸른 전나무 숲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산봉우리에 눈이 내린 건지 하얀 색감이 번져 있다. 손끝으로 차가운 유리창을 만지자 작은 서리가 녹아내린다. '여긴 진짜 시간이 멈춘 듯하네'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1. 라플란드의 심장을 뛰게 하는 산장 스톡홀름에서 14시간 동안 북쪽으로 달려 도착한 사크스나스(Saxnäs)는 인구 100명의 작은 마을이다. 10개월 전에 구입한 19세기 목조 산장은 마치 동화 속 장난감 상자 같았다. 낡은 돌벽난로 위에 걸린 사슴 머리 박제가 위압감을 주지만, 창가에 놓인 수집품들이 말걸듯 반긴다. 전 주인이 남긴 곰피 가죽 장갑을 끼어보니 손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