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하얀 침대시트에서는 누구나 잘할 수 있다-

심리학과 관련된 책은 늘 흥미롭다.
내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따박따박 정리해서 책으로 엮어놓으니,
챕터 하나하나 곰곰히 곱씹어보게 되고, 그래서 독서 진도는 늘 더디다.
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가 그러했던 것 처럼...
그래서 한번에 다 읽지 않고, 다른 책을 읽는 도중에 한 챕터씩 한 챕터씩 읽어나가려고 한다.
빨리 읽어버리면 그 수많은 공감대들이 순식간에 물밀처럼 밀려 왔다가
또 그렇게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 같아서다.

 
하얀 침대시트에서는 누구나 잘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죽을 때까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죽는 사람이 태반이다. 막연하게 좋은 것은 정말 좋은 것이 아니다. 좋은 것은 항상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하얀 시트 위에서는 누구나 잘한다. 정말이다.<23쪽>
기분 좋은 느낌을 조작적 정의(추상적인 개념을 측정가능한 구체적인 현상과연결시키는 과정)통해
구체화
해야한다는 것이 이 챕터의 핵심이다.
막연한 것은 정말 좋은 것이 아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구체적일수록 더 행복이란 개념이 선명해진다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깨끗한 침대가 좋다>라는 막연함보다는
<깨끗하게 빨아놓은, 빳빳하게 풀까지 먹여 까슬까슬한 하얀 침대시트와 그 옆에 켜져있는
은은한 백열등 부부분조명이 날 잘할 수 있게 만든다>라는 구체성이 행복의 질을 높여줄 수 있단 것이다.
막연한 행복의 조건을 가지고 살다보면 행복을 느껴야할 타이밍이나 상황이라는 걸 알아채기
쉽지 않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확실한 행복의 조건을 가지고 살다보면 그 행복의 타이밍을 놓지지 않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이런 구체적 행복의 예는 하나쯤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시내버스의 오른쪽 뒤에서 두번째 자리에 앉아서 차창을 5cm가량 열어놓고 바람을 맞는 걸 좋아한다.>
<신생아 아기의 손바닥에 검지손가락을 갖다대면 들어올려질 만큼 꽉~ 잡는 그 잡기반사행동을 좋아한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배를 경비실에서 찾아 엘리베이터를 타고가면서 주섬주섬 뜯어 확인하는 걸 좋아한다.>
<막 볶은 신선한 원두를 사다, 핸드밀로 갈아 드립퍼 위에 주전자로 물을 살살 부을 때 부풀어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는 걸 좋아한다.>꽤 구체적인 행복들이다.
그리고 매우 사소한 행복들이다.
하지만 사소한 것들이 행복해야, 행복의 영역대는 넓어지는 것이다.
특별한 일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면, 우리는 거의 행복할 일이 없을 것이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김정운/쌤앤파커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국내도서
저자 : 김정운
출판 : 21세기북스(북이십일) 2015.01.02
상세보기

 

반응형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빵가게 재습격  (0) 2017.07.14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무라카미 하루키  (0) 2017.07.11
어둠의 저편  (0) 2017.07.02
뤽스 극장의 연인  (0) 2017.06.29
상실의 시대- 똑같은 활자와 달라진 나  (0) 2017.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