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수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서로 얼굴도 익히지 못한 선생님들이 쉰명이나 모인 교무실에서 무선마이크를 통해 교무회의를 한다. 교실에 들어선다. 수북한 먼지, 오래된 나무바닥에서 나는 퀘퀘한 냄새, 반백년은 되어보이는 낡은 창문과 잘 여닫히지도 않는 미닫이문, 그리고 언발란스하게 놓여있는 42인치 평면티비... 아이들은 이미 그 학교에 기득권을 가지고 있다는 듯, 여유로운 자세로 새담임을 맞이한다. 첫수업은 늘 그렇듯 자기소개시간이다. 자기소개서를 나눠주자, 아이들은 못마땅한 듯 받아들고 성의없이 빈칸을 채워간다. 자발적으로 발표할 아이를 찾아봤지만, 역시나 없다. 지목하여 시켜도 시큰둥하다. 이미 자신이 다 커버렸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한 여자아이는 흘겨보는 눈을 하고는 발표를 하려하지 않는다. 이미 병아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