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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일기

잠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

고등학교 때, 한창 철학적인 고민과 관념적인 사고에만 얽매여있던 때가 있었다. 그 땐, 잠이 드는 것이 두려웠다. 잠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아니 잠이라기 보다 영면에대한 두려움이라고 해야 정확할지도 모른다. 잠이라는 건 '내가 지금부터 잠들어야지'라고 생각한다고 잠들 수 있는 게 아니다. 먼저 불을 끄고 베개를 베고, 이불을 덮고 누워서 잠들려고 준비를 한다. 그러고 있으면 이런저런 잡생각들과 하루의 일과들이 무작위로 머릿속을 스쳐간다. 그런 생각들이 저 멀리로 희미하게 멀어질 때 쯤 잠이 슬며서 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잠이 들만 할 때쯤 자세가 불편해온다. 편한 자세를 취하기위해 오른쪽으로 누웠다 왼쪽으로 누웠다를 몇번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드는 것이다. 그것이 두려웠다. 왜그랬는지 모르지만 수면시작 타이밍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막연한 두려움을 가져왔다. 우리는 늘 언제 잠이드는지도 모르게 잠이 든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잠들다 보면, 어느 날엔간 그렇게 영원히 깨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런 두려움이었다.
말도 안되는 생각이었지만, 어쨌든 그 땐 그게 두려워서 잠이 들지 않으려 매일밤 잠과의 사투를 벌였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드는 잠'을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우습게도 지금은 어느 곳이든 머리만 대면 잠들기 일쑤다. 연속 사흘도 잘 수 있을만큼 잠도 많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모르는 새' 잠들어서 영면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축복이란 생각도 한다. 물론 지금 그러고 싶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지금 이 시간 이런 사족의 글을 쓰는 건 동사무소의 따뜻한 히터 덕에 잠이 오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 것 같다. 아~~~~~~~~~~~~~졸려.... 연습실에 가서 이불 덮고 편히 잘까?

 

 

2009.12.29 16:09 (업로드 2009.12.2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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