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모양』 / 이석원 지음 / 김영사 / 2024년 11월 30일 출간
이석원의 신작 산문집 『슬픔의 모양』은 급작스럽게 닥친 아버지의 병으로 인해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때로는 시니컬하면서도 애틋한 다채로운 시선이 돋보이는 이 책은 한 편의 가족 드라마를 연상시킨다. 오랜 시간 먼 산 같았던 아버지부터 저자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엄마, 위기 앞에서 역할 분담에 능한 두 누나까지, 가족 구성원 각자의 모습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이석원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쉽지 않은 병간호 속에서도 빛나는 특유의 위트와 비유로 아버지를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애정의 대상으로 그려낸다. 그의 문체는 여전히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니고 있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다
『슬픔의 모양』은 단순히 슬픔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슬픔 속에서 피어나는 가족애와 인간애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이석원 작가는 "내게 가족이란 늘 행복한 지옥이거나 지옥 같은 천국이었다"라고 말한다. 이 한 문장에서 우리는 가족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복잡하고 다층적인지를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아버지의 병간호를 하면서 겪는 힘든 순간들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하지만 동시에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작은 기쁨과 깨달음들도 놓치지 않고 포착한다. 이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가족을 돌아보게 만들며, 가족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일상 속 작은 순간들의 소중함
이석원 작가는 『슬픔의 모양』에서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포착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아버지와 나누는 짧은 대화, 간병인과의 소소한 에피소드,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식사 시간 등 평범해 보이는 순간들이 작가의 섬세한 관찰력과 표현력을 통해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다.
이러한 일상의 순간들은 단순히 기록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깨닫게 해준다. 작가는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현재의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욱 깊이 있게 바라볼 것을 권유한다.
슬픔을 대하는 방식
이 책에서 이석원 작가는 슬픔을 대하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준다. 때로는 유머로, 때로는 냉소적인 태도로, 또 때로는 깊은 성찰로 슬픔을 마주한다. 이는 슬픔이라는 감정이 단일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와 모양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슬픔은 우리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슬픔을 단순히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할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은 독자들에게도 자신의 슬픔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작가의 문체와 표현력
이석원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따뜻한 문체는 『슬픔의 모양』에서도 빛을 발한다. 그의 글은 마치 독자와 직접 대화를 나누는 듯한 친근함과 동시에, 깊은 사색을 자극하는 철학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특히 일상적인 장면들을 묘사할 때 사용하는 비유와 은유는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병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이었다"라는 표현은 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러한 표현력은 독자들로 하여금 작가의 경험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가족사를 통해 본 한국 사회의 변화
『슬픔의 모양』은 단순히 한 가족의 이야기를 넘어, 한국 사회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작가의 아버지 세대, 어머니 세대, 그리고 작가 자신의 세대를 통해 우리는 한국 사회가 겪어온 변화와 발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세대 간의 갈등과 화해를 볼 수 있다.
특히 전통적인 가족 관념과 현대적인 가족 관계 사이의 충돌, 그리고 그 속에서 각 구성원들이 찾아가는 균형점은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경험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다.
개인적 감상: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슬픔의 모양』을 읽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내 가족을 떠올리게 되었다. 평소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가족과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특히 작가가 묘사하는 아버지와의 관계는 나의 아버지와의 관계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아버지의 주름진 손을 잡았을 때, 그 손에 새겨진 시간의 무게를 느꼈다"라는 구절은 나에게 특히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아버지의 손을 마지막으로 잡아본 것이 언제였는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자주, 더 따뜻하게 아버지의 손을 잡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책은 우리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감정들을 섬세하게 다룬다. 이를 통해 나는 슬픔이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우리를 더 성숙하고 깊이 있는 인간으로 만드는 중요한 요소임을 깨달았다.
『슬픔의 모양』은 우리에게 가족의 의미, 삶의 가치, 그리고 인간의 감정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마주하는 슬픔의 모양을 더 잘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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