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H마트에서 울다: 상실과 정체성, 그리고 음식의 위로

 
H마트에서 울다
인디 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보컬이자 2022 타임지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린 한국계 미국인 미셸 자우너의 뭉클한 성장기를 담은 에세이 『H마트에서 울다』의 리커버판을 전 세계 최초로 선보인다. 2022년 한국어판 출간 이래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 책은 한인마트에서 잃어버린 한국인의 조각을 찾는 한 여성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전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K-푸드를 테마로 한 이번 리커버판은 엄마와 딸 사이에 음식으로
저자
미셸 자우너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2.02.28


도서 정보
도서명: H마트에서 울다
지은이: 미셸 자우너
옮긴이: 안시연
출판사: 문학동네

 

 


작품 소개
'H마트에서 울다'는 인디 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보컬이자 한국계 미국인인 미셸 자우너의 뭉클한 성장기를 담은 에세이다. 출간 즉시 미국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은 2021년 뉴욕 타임스, NPR 같은 유수의 언론매체와 아마존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버락 오바마 추천도서에 꼽히기도 했다. 60주 넘게 베스트셀러를 지켰고, 미국 등에서 100만부 이상, 국내 번역본은 8만부 넘게 팔리는 등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상실의 아픔과 음식의 위로
이 책은 한 편의 절절한 에세이에서 시작되었다. 미셸 자우너가 한인 마트에서 장을 보며 엄마를 향한 추억과 그리움을 쓴 글 'H마트에서 울다'가 '뉴요커'에 실리자마자 수많은 독자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H마트는 미국에서 아시아 식재료를 전문으로 파는 대형 식료품 할인점으로, H는 '한아름'의 줄임말이다. '두 팔로 감싸안을 만큼의 크기'라는 의미처럼 그곳에는 만두피, 김, 뻥튀기, 죠리퐁, 갖가지 밑반찬 등 없는 한국 먹거리가 없다.
자우너는 25세 때 어머니를 췌장암으로 잃었다. 그녀는 엄마의 쿠쿠 밥솥으로 밥을 짓고, 엄마 슬리퍼를 신고 장을 봐 된장찌개를 끓여 한국서 온 친척을 대접하고, 엄마가 투병 중 먹던 잣죽을 혼자 끓여 먹으며 속을 달랬다. 통배추와 총각무를 사다 절여 김치를 담그는 등 몸에 각인된 엄마의 손맛을 홀로 구현해내는 일은 그녀에게 엄숙한 심리 치료의 과정이었다.

 

 


정체성의 탐색과 문화적 연결
'H마트에서 울다'는 단순히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 문화적 뿌리, 그리고 가족과의 연결에 대한 깊은 탐구다. 자우너는 어머니를 통해 접했던 한국 문화와 자신의 미국적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노력한다.
H마트는 그녀에게 단순한 식료품점이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을 확인하고 어머니와의 추억을 되새기는 공간이다. "전화해서 우리가 예전에 사 먹던 김이 어느 브랜드냐고 물어볼 사람이 남아 있지 않다면 내가 아직도 한국인일까?"라는 그녀의 물음은 많은 이민자와 그 자녀들의 마음을 울린다.

 

 


음식을 통한 기억과 치유
자우너에게 음식은 단순한 영양 공급원이 아니라 사랑과 기억, 그리고 정체성을 담은 매개체다. 달큼하고 짭조름한 갈비, 채소를 듬성듬성 썰어 넣어 끓인 된장찌개, 슴슴하면서 고소한 잣죽, 발효 시간에 따라 다른 맛을 내는 김치 등은 모두 어머니의 사랑과 한국인으로서의 뿌리를 상기시키는 매개체다.
그녀는 H마트에서 재료를 사와 어머니가 만들어준 음식들을 하나씩 만들어 먹으며 상실의 아픔을 치유해 나간다. 이 과정은 단순히 요리 기술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와의 추억을 되새기고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립하는 여정이다.

 


작가의 작품 세계와 가치관
미셸 자우너는 음악가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몽환적인 슈게이징 스타일의 음악으로 주목받았으며,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뉴 아티스트' 부문과 '베스트 얼터너티브 앨범'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자우너의 작품 세계는 개인의 경험과 정체성 탐구, 그리고 문화적 혼종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그녀는 음악과 문학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과 공유하며, 이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개인적 감상: 음식과 기억의 연결고리
'H마트에서 울다'를 읽으며 나 역시 음식과 연결된 추억들을 되새겨보게 되었다. 어머니의 된장찌개 냄새, 할머니의 김치 맛, 가족과 함께 나눈 식사 시간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정체성과 기억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구절은 "음식은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우리를 과거로 데려다 주는 유일한 매개체"라는 부분이다. 이 말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마들렌 과자의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의 감각, 특히 미각과 후각은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우너의 이야기는 보편적 공감을 얻는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음식과 식사의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문화적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이들에게 음식이 어떤 위로와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그 음식에 담긴 이야기와 기억들을 더 소중히 여기고, 나의 뿌리와 정체성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자우너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음식이 단순한 영양 공급원이 아니라 문화와 정체성, 그리고 사랑을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임을 일깨워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