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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 이주배경청년의 자전적 성장기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는 농촌의 국제결혼 가정에서 태어난 이주배경청년 고예나의 회고록이다. 한 사람의 자기 서사에서 시작해 가족, 친구, 이주민으로 줄기를 뻗어가는 이 책은 개인의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다문화국가로의 진입을 목전에 둔 한국 사회에 물음을 던진다. 이곳에 뿌리내리고 있는데도 언제나 타지에 있다는 감각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저 살아가는 게 아니라 존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나는 작은 키에 마른 몸
저자
고예나
출판
위고
출판일
2024.11.25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 / 고예나 / 위고 / 2024년 11월 25일 출간


이주배경청년의 목소리를 담아낸 성장담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는 농촌의 국제결혼 가정에서 태어난 이주배경청년 고예나의 자전적 에세이다. 저자는 2001년 전남 장흥의 작은 농촌 마을에서 필리핀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 책은 한 개인의 자기 서사에서 시작해 가족, 친구, 이주민으로 뻗어나가는 이야기를 통해 개인의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다문화국가로의 진입을 목전에 둔 한국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다문화'라는 단어의 거부
고예나 작가는 '다문화'라는 단어를 거부한다. 대신 그는 '이주배경'이라는 단어를 고집한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아시아 출신의 이주민 여성이 이룬 가족을 '다문화가정'이라고 불렀다. 다문화는 한 사회 안에 여러 민족이나 국가의 문화가 혼재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지만, 특정 소수자 집단을 일컫는 데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종국에는 문화적 다름을 드러내는 표현으로 쓰임이 달라졌다. 저자는 차별을 내포하게 된 단어 '다문화'를 대신해 국제 통용어인 '이주배경청년'으로 스스로를 소개한다.

 


부자연스러움의 감각
저자는 엄마 아빠의 결혼이, 자신이 이런 가정에서 태어난 것이 너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고 말한다. 내가 나인 게 나에게조차 이질적일 때, 남들은 의구심 없이 받아들이는 출생이 나에게는 이례적인 사건일 때, 일찍이 부자연스러움의 감각이 몸에 밴 아이에게 삶이 곤경에 불과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저자는 숨지 않는 편을 택한다. 어느 날은 이주노동자를 비하하는 친구에게 울분을 토하며 말한다. 나는 다문화가정 자녀라고. 너희들이 웃고 떠든 말에 상처를 받았다고.

 

엄마의 서사를 말하다
이 책은 딸의 시선으로 엄마를 기록한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자신만큼이나 엄마를 들여다봤다. 한국말이 서툰 엄마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스무고개 하듯 단어를 던지던 어린 시절처럼. 한국을 '상처를 받았지만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낸 공간'이라고 하는 엄마, 알아들을 수 없는 엄마의 모국어 한탄을 넘어 엄마와 엄마의 모국어로 엄마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날을 상상하며, 엄마의 서사를 말한다.

 

이주배경청년의 현실과 고민
이 책은 단순히 개인의 성장담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이주배경청년들이 겪는 현실과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학교에서의 차별, 정체성의 혼란, 가족 간의 갈등 등 다양한 문제들을 직면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그려낸다.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국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도 정부는 물론 이러저러한 기관들에서 '다문화' 가정, '다문화' 청년, '다문화' 어린이들을 위한 정책과 사업을 내어놓고, 여러 미디어를 통해 떠들썩하게 홍보를 한다. 그런 모든 것들이 정말로 이들 '이주배경' 청년, 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것일까. 그들을 진정한 환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저자가 써내려간 속내를 들여다보며 함께 고민할 일이다.

 

개인적 감상: 다양성의 가치를 일깨우는 소중한 기록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다양성에 대해 무지하고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지 깨달았다. 고예나 작가의 솔직하고 담대한 고백은 나의 마음을 울리고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었다. 특히 '다문화'라는 단어 대신 '이주배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저자의 주장은 언어가 가진 힘과 그 속에 내재된 차별의 메커니즘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저자가 겪은 정체성의 혼란과 차별의 경험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획일화된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나'라는 존재가 나에게조차 이질적으로 느껴진다는 저자의 고백은 깊은 공감과 함께 우리 사회의 포용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가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이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려는 모녀의 노력은 감동적이었다. 이를 통해 나는 진정한 소통과 이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는 단순히 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더 열린 마음과 포용력 있는 태도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대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우리 사회가 진정한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고예나 작가의 용기 있는 고백과 날카로운 통찰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목소리다. 이 책은 이주배경청년의 삶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모든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우리 사회의 다양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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