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나 작가나 영화감독들은 어느정도의 성공을 거두고 정상의 위치에 서게되면
이제는 전과는 다른 뭔가 기념비적이고 형이상학적이고 예술적인.......
여튼 뭔가 '난 니네들하고 차원이 다른 천재'임을 알려야하는
압박감에 시달리곤 하는 것 같다.
그러다보면 대중들의 정서에서 멀어지기 쉽다. 서태지가 그랬고 박찬욱이 그랬다.
물론 예술적 완성도가 높아질 수도 있고 평단의 높은 평가를 얻을 수도 있다.
그전의 쌓아온 작품들의 인지도로 인해 막연한 추종자들도 있을 것이다.
또 진정 발전하고 달라진 작품세계를 원하는 마니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과는 멀어질수도 있다.
해변의 카프카가 그랬다.
문체 자체는 별로 어렵지 않지만 뭔가 기념비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어하는 작가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어렵지 않은 문체대신 조금 복잡한 구조의 플롯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다지 자연스럽지도 않고 설득력 있지도 않고 흡입력이 있지도 않았다.
적어도 내 경우엔...
그는 사람들의 내면을 아주 깊이있게 조명하고 이해하고 감싸주는 능력이 있다.
그전 작품들은 모든 등장인물들을 다 이해하고 그 사람편에 서주게 해주었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 누구의 편에 설 수도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사람들의 내면을 세밀하고 조명하려했지만, 그 내면을 이해할 수도 없었다.
주로 자전적인 소설을 쓰던 그였기에 늘 공감가는 글을 썼었지만,
그런 자전적인 소설에서 벗어나(특히 늘 일인칭 시점이었던 그가 삼인칭 시점을 혼용하면
서)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소설을 쓴다는 것은 그에게 약간은 어색한 일이었던 것 같다.
늘 흰색의 펑퍼짐한 옷만을 입던 앙드레김이 타이트하고 컬러풀한 옷을 입는 것만큼
어색한 일이었던 것 같다.
만약 이런 소설을 원했다면 차라리 가볍고 재밌는 판타지 소설을 읽고 말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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