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AV에 대한 인연은 다음에 쓰도록 하겠다.
일본 AV 매니아이시자 다량의 작품을 보유하고 계신
LKH님과 함께 공동집필하도록 하겠다.)
이와이 슈운지...
우리나라에 일본영화 붐을 일으켰던 감독이었다.
러브레터는 P2P가 거의 없던 시절에도 해적판이 수없이 나돌았었고...
이미 해적판으로 러브레터를 접했던 사람들도 영화개봉시 많이들 가서 봤다능.
난 영화관에서 보지 못하고 비디오 대여점에서 비디오를 빌려 상재랑 단둘이 상재네 자취방에서
이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시커먼 남자놈 둘이서 이 영화를 보다가 소리내어 울지도 못하고
훌쩍훌쩍 거리기만 했던 기억말이다.
그 후로 4월이야기를 개봉했을 때, 러브레터의 명성을 알고 있었기에
당시 몇 안되는 영화관 중 하나인 피카디리 극장에 갔다.
그 때 당시 영화관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피카디리 극장은
좌석간 거리가 너무도 짧아 나같은 숏다리도 다리를 벌리고 앉아야 했으며,
유난히 길었던 관객석의 중앙에 있던 사람이 화장실에라도 갈랍시면 그가 나가고자 하는 방향의
사람들은 일동기립을 해야만 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다행히도 4월이야기는 67분이라는 깔끔한 러닝타임을 자랑해주셔서 짧은 좌석간 거리는 신경쓸 새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야했다. 4월이야기는 러브레터에 대한 기대감때문인지 정말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그냥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몇몇 장면들을 기승전결없이 화면에 이쁘게만 담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뭐 어쨌든 시간이 짧았으니 망정이지 러닝타임이 길어져서 객석 중앙의 사람이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나
내 쪽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면 이왕 일어난 김에 밖에 나가버릴까하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연이어 철도원을 보다가 영화관람 최초로 숙면을 취하게 되고, 우나기를 보며 내 서사분석능력에 한계를 느끼면서
이런류의 일본영화(잔잔하고 아름답고 감동적인)에는 관심이 멀어진 것 같다.
이누도 잇신 영화를 보기 전까지 말이다.
이누도 잇신 영화는 그동안 실망했던 일본 영화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을 갖게 해줬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
금발의 초원
장애인과의 사랑, 동성애, 노인의 사랑...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는 불편한 소재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풀어간다는 것이다.
이누도 잇신 감독 때문에 일본 영화를 많이 보게 되었고
이런 잔잔하고 따뜻하고 정제된 감성의 일본영화를 보다보니
이런류의 영화에서 나타나는 일본인 특유의 정서 "와비"와 "사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다른나라엔 없는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 "한"처럼
일본인들에게도 와비와 사비라는 정서가 존재한다.
와비와 사비는 서로 약간은 다른 정서이지만
한마디로 "부족함과 한적함 가운데서 마음의 충족을 이끌어내는 미의식"을 말한다.
어쩌면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도 일치하기 때문에 남들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런류의 영화들이
내겐 더 남다르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굿바이",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다만, 널사랑하고 있어",
"그때는 그에게 안부전해줘" 등의 일본영화를 봤다.
이런류의 영화는 아무래도 같은 소재에 진부한 스토리전개가 주를 이룰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올해 본 일본 영화 중에선 굿바이가 단연 최고였다.
납관사라는 다소 생소한 직업을 다루면서도 너무나 아름다운 영화였다.
아무리 뻔한 소재와 스토리에도
이런 류의 일본영화가 계속해서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류의 영화는 그 자체로 온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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