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잘 드는 야트막한 언덕에 있는 조그만 주택을 사서 개축을 해 살고 싶다. 허름한 주택을 구입해서 뼈대만 남기고 내가 원하는 형태로 집을 짓는 것이다. 일명 리노하우스. 뭐 명칭은 중요치 않다. 아파트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집이 주는 의미가 사람마다 다를테지만, 나에게 집이란 따뜻함과 포근함을 전해주는 곳이다. 아파트는 안락함과 편리함은 있지만 따뜻함과 포근함이 없다. 계절의 순환을 느끼고, 날씨의 변화를 느끼고, 낮과 밤을 느낄 수 있는 집이 간절하다.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고 싶다. 마당에서 뛰어노는 윤혁이를 보고 싶다. 조그마한 평상 위에 한가로이 누워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싶다. 어쩌면 이상일지도 모르겠다. 갖가지 번거로운 일들이 나를 괴롭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또한 집과의 교감이리라.
어릴 적 기억들은 빛 바랜 사진처럼 이미지화되어 머릿속에 끼워져있다. 그리고 이 사진들은 늘 정겨운 집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군불을 때며 밤을 구워먹던 일. 밤 새 남몰래 내린, 마당에 곱게 쌓인 눈을 조심스레 밟던 일. 슬레이트 지붕 위에 넝쿨을 이뤄 뻗어가던 단호박. 뒤꼍에 심겨져 있던 먹기엔 이른 새파란 딸기(하지만 늘 다 익기 전에 딸기는 없어졌었다). 뒷간과 마주보던 소막의 큰 눈을 껌벅이던 순둥이 소. 마루에 누워 햇살과 바람에 낮잠을 청하던 모습까지...... 모두 집이라는 앨범에 끼워져있는 사진들이다.
언제부턴가 집 값이 오르길 바라고, 더 좋은 아파트의 외관을 부러워하는 내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50평으로 옮기고, 이름 있는 아파트로 옮겨도 내 이런 갈증이 해소될 리 없다.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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