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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쪽
'가설'이란 '정의'다
가설을 세우자고는 해도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사람은 '가설이 뭐지?', '어떻게 세우는 거지?' 의문이 생길지도 모르겟다. 그래서 가설을 세운다는 의미를 다른 말로 바꿔보도록 하겠다. 바로 '정의를 내린다'는 말이다. 나는 '가설을 세운다'는 것과 '정의를 내리고 시도해본다'는 것을 같은 뜻으로 받아들인다.
이 정도면 처음부터 싸우자는 이야기다. 작가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
일단 '가설'은 절대 '정의'일 수 없다.
가설은 매우 불안정한 개념이고, 정의는 모든 불안정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결론적인 개념이다. 완전 반대되는 개념이라는 이야기다.
가설의 사전적 의미는 이러하다.
<논리> 어떤 사실을 설명하거나 어떤 이론 체계를 연역하기 위하여 설정한 가정. 이로부터 이론적으로 도출된 결과가 관찰이나 실험에 의하여 검증되면, 가설의 위치를 벗어나 일정한 한계 안에서 타당한 진리가 된다. <네이버 국어사전>
가설은 가정이다. 이것은 관찰이나 실험에 의해서 검증이 되어야만 타당한 진리가 되고, 그래야만 다른 것을 정의내릴 때 활용할 수 있다.
'가설을 세운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
'정보→가설→실행→검증'이 아니라 '가설→정보→가설의 재구축→실행→검증'이라는 순서로 사고하면 현재 상태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다. 24쪽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가설을 설정할 경우(리스크를 줄이고 신중하기 위해) 정보→가설 순서로 사업을 계획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함정이 있고, 스스로 목을 조이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저자는 말한다.(지만 나는 전적으로 동의할 순 없다. 분명 리스크를 줄이고 사전조사를 철저하게하는 것은 사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저자는 전례주의(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가설을 세우는 것)에 빠지지 않기 위해 먼저 가설을 세우는 것을 강조한다. 가설을 먼저 세우고 정보를 수집하라는 것이다. 창의적인 사업 아이디어는 이런 방식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해할 수 있는 논리이다. 이전의 사례만 답습하다보면 창의성을 잃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무작정 가설부터 세우고 검증을 한다는 것은 리스크의 문제, 효율성의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사전조사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계획하고 검증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 저자가 가설을 먼저 세워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저자는 출판, 마케팅 분야에서 많은 커리어를 가지고 있고 그 경험들이 이미 내면화되어있어서 그것이 곧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중요한 "정보"로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즉 저자의 아이디어는 막연한 가설에서 나와서 검증된 것이 아니라, 이미 의식 또는 무의식 속에서 검증된 아이디어를 "가설"로 제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커리어도 없고 전문지식도 없는 사람이 무턱대고 새로운 분야에서 아이디어만 내는 것처럼 위험천만한 일이 어디있겠는가?
105쪽
'맛있다'는 것의 기준에 어떤 절대치가 있는 게 아니라 '관계' 속에서 결정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작품의 '재미' 역시 어떤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관계 속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 잡지나 단행복에서 '작품'과 '독자'의 고나계는 고정되어 있어 친근하다고 말하기 힘든 면이 있다. 한편으로, SNS로 연결되어 있는 지인이나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은 친근한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친근한 사람이 발신하는 정보가일면식도 없는 프로의 문장보다 '재미있다'고 느낀다.
그렇다. 우리는 이제 '관계'망 즉 네크워크 속에서 살아간다. 그야말로 네트워크 속에서만 살아간다. 위험할 정도로 말이다. 이제 어떤 것이 현실이고 어떤 것이 가상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어쨌든 매트릭스의 세계는 점점 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빨간 약을 먹어야할지 파란 약을 먹어야할지 고민스럽다. 어쨌든 이런 사회에서 어떤 '작품'은 독자들과의 소통 속에서 더 관심이 많아지고 값어치가 올라간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굳이 책이나 만화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추세를 말해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있다. 그것은 바로 BJ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대도서관이나 철구에 열광한다. 1인 미디어 시대이다. 프로도 아닌 아마추어 1인이 만들어가는 영상의 질이 좋아서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일까? 컨텐츠가 엄청 훌륭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 해답은 "관계"에 있다. 채팅창과 별풍선이 만들어가는 소통의 장은 친근감을 확대시켜나간다. 그리고 그들은 그 작품에 개입할 수도 있다. 채팅으로...........혹은 별풍선으로...........
굉장히 유용한 조언들도 많지만,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철학이 없다. 이야기는 산만하다. 자기의 경험을 토대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생각나는 대로 뱉어내는 느낌이다. 그래도 곳곳에 흥미있는 이야기들이 잠복해있다. 식상하다가 흥미롭다가를 반복한다. 그래도 이 돈주고 이 책을 사라고 추천하고 싶진 않다. 인생의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거나, 꿈을 꾸고 있거나, 마케팅 관련 업종에 있는 사람들에겐 몰라도 일반적인 자기계발서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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