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의 연가. 아침에 원없이 자고 눈이 떠지고서도 침대에 누워 뒹굴거렸다. 정오가 넘어서 운동도 하고 샤워도 할겸 헬쓰장으로 향한다. 케이블 티비에서 예전에 봤던 영화들을 보며 런닝머신 위를 달린다. 땀도 적당히 흘리고 기분도 상쾌해진다. 그동안 뜸했던 독립영화관으로 향한다. 장애인을 소재로한 독립영화를 보다가 속이 안좋아져 밖으로 나오고만다. 시종일관 불편한 영화 탓인지, 무엇을 잘못 먹은 탓인지 속이 울렁거려 밖의 찬바람을 쐬며 좀 걸었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속이 좀 진정이 될 것 같아 커피숍을 찾다 얼마전에 생긴 연습실 앞 커피숍으로 들어선다.
커피숍 이름 "데페이즈망"
처음 접하는 단어지만 왠지 그럴싸하다. 아주 작은 공간. 너댓개의 테이블과 열개남짓한 의자들. 작업을 하다가 아무렇게나 흐트러놓은듯한 아크릴물감. 그리고 모두 손수 작업한 느낌이 드는 인테리어 소품들. 이 커피숍 맘에 든다.
여사장님이 직접 만든 머그컵에 아메리카노가 담겨있다. 이제 막 내린 아메리카노 상층을 덮고 있는 하얀 크레마. 향도 좋다. 시각과 후각을 만족시킨 커피는 미각을 배신하지 않는다. 충분히 만족스럽게 한잔을 다 마시자, 사장님이 리필을 해준다.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뽑은 아메리카노를 리필 받기는 처음이다. 더 마시고 싶으면 얼마든지 더 마시라는 인심까지...
한시간 남짓 혼자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다 나왔다. 3000원으로 산 것은 커피만이 아니었다. 다음에 또 가야지...
2010.01.22 23:22 (업로드 2010.01.22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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