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이 좋은 이유는 그 음악을 들으면 영화의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저절로 재생되기 때문이다. 비내리는 듯한 노이즈의 스크린처럼 아련하게 떠오르는 그 장면들때문에 영화음악은 그냥 귀로만 들었던 음악들보다 더 큰 감동을 준다. 봄날은 간다의 OST를 들으면 눈내리는 산사의 풍경소리, 이제 막 봄이 되어 녹아내리는 계곡물 흐르는 소리, 상우가 눈내린 마당을 처음 밟는 장면, 그리고 은수에게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며 쓸쓸히 돌아서던 상우의 모습들이 떠오른다. 태양의 노래 OST를 들으면 유이가 아무도 없는 공원에 촛불을 켜놓고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장면이 떠오르고, 원스 OST를 들으면 다 떨어진 CDP의 배터리를 사오는 길에 음악을 듣던 여주인공이 생각난다. 말할 수 없는 비밀, 타이타닉, 라붐, 초속5센티미터... 수없이 많은 좋은 OST들이 있지만 냉정과 열정사이의 OST를 빼놓을 순 없겠지. 이영화를 보기 위해 수없이 많이 시도했던 것 같다. 앞 30분정도는 5번 정도 본 것 같다. 결국 여러가지 이유로 실패했지만... 결국 오늘 이영화를 끝까지 봤다. 이렇게 좋은 영화를 몇년동안 썩혀놓다니. 예전엔 그저 좋은 OST쯤으로 생각되었었지만 이제 ryoyoshimata - 1997spring 을 들으면 무뚝뚝하지만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 느껴지는 준세의 모습과 그의 변치않는 사랑 아오이, 그리고 아름다운 피렌체의 풍경이 떠오를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원작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들하지만 난 책을 읽지도 않았고, 그리고 분명 종이에 새겨진 활자를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이 있듯 스크린에 영사된 화면을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이 있다. 책과 영화는 좋고 나쁨으로 구별할 수 없는 다른 매력이 있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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