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9일의 일상
2014년 6월 29일 일요일 아침
아직 아기와 아내는 자고 있다.
아내는 육아휴직 중이다. 아기가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엄마 젖을 빠는 것과 제 몸을 뒤집는 것 정도다. 사람 좋아하는 아내가 어디에도 나가지 못하고 유난히 예민한(모든 부모가 그렇게 생각들하지만) 아이와 함께 집안에만 갇혀 지내는 것은 차라리 고문일테다.
그런 아내와 아이를 위해 주말에는 가능하면 바깥바람을 쐬어주려고 한다. 어제는 계화도에 가서 아내가 좋아하는 막회를 먹고 바다 구경도 하고 왔다. 답답해할 둘을 위해 드라이브도 하고, 마트도 가고, 가족 공원에도 종종 나간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불편하다. 며칠 전 확인한 CCTV 때문인지 아무리 주말에 아빠 노릇을 열심히 하려 해도 마음이 편치 않다.
그제 금요일 오전
쉬는 시간에 아기의 모니터링을 위해 달아놓은 CCTV를 틈틈이 들여다본다. 아기와 엄마가 잘 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종종하는 습관과도 같은 행동이다.
아침잠을 설친 아기를 재워보려고 애쓰던 아내는 이번에도 역시 아기를 이기지 못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젖을 먹이고 있다.
마음이 아프다. 수업을 해도 마음이 편치 않다. 조퇴를 해야겠구나. 각시에게 단 몇 시간의 여유라도 주어야겠다.
교감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조퇴 좀 하겠습니다."
염려어린 눈빛이 느껴진다.
"전교조 조퇴 투쟁에 참가하시는 건가요?"
아 오늘은 그날이구나.
"아니요 . 아내가 좀 아파서...... "
그렇게 말하고 교무실을 나서는데 마음이 불편하다. 영진이형은 서울로 갔겠군. 그냥 당연히 갔을 거라 생각한다 .
그 사람은 늘 그랬다. 유난스럽지도 않고 누군가를 억지로 선동하지도 않았다. 그냥 자신이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당연스럽게 할 뿐이다.
대학 시절
어느 날 소주 한잔을 같이 하던 영진이형은 부총학생회장을 제안했다. 뭐 나쁘지않은 감투인 것 같기도했고 취기가 객기가 되어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술에 술탄 듯 물에 물탄 듯 수락했다.
부총학생회장이 된 아무것도 모르는 스물초반의 나는 당시 교대가 마주하고 있던 사안들의 진실과 내면은 보지 못하고 눈 앞에 보이는 일처리만 급급했다.
배영진 학우(모든 교대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다.)는 사무국장이라는 이름으로 늘 분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마주하지 못했던 진실들과 싸우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지금 난 외계인인지 사람인지 모를 녀석과 하루 하루 투쟁을 벌이고 있다. 역시나 진실과 내면은 보지 못한 채, 잠과 울음이라는 표면적인 현상과만 싸우고 있다.
지금도 진실과 내면을 마주하고 있는 건 내가 아닌 아내이다. 난 그 아내를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부총보다도 어렵다.
카카오스토리를 보니 역시나 영진이형은 서울로 올라갔다. 나에게 한마디 잔소리 없이 삶의 골목골목에서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사람. 미안하고 걱정된다.
아가 울음소리가 난다. 아기 방에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