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공산당, 원주민과 정착민 사이에서 갈등의 역사를 되짚다

프랑스 식민지배 아래 알제리의 복잡한 정치 지형
알제리는 132년간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이는 아프리카와 아랍 세계에서 유례없이 긴 기간이었다. 1881년 알제리가 프랑스의 영토로 편입되면서 무슬림 원주민들은 2등 시민으로 전락했다. 정치적 대표성에서 배제되고, 선거 제도에서 차별받았으며, 1881년 제정된 '원주민법'(Code de l'Indigénat)에 따라 법적으로도 열등한 지위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차별은 알제리 사회에 깊은 균열을 만들어냈다.

알제리 공산당의 탄생과 딜레마
이러한 배경 속에서 1936년 알제리 공산당이 창당되었다. 알제리 공산당은 프랑스 공산당의 지부로 시작했지만, 점차 독자적인 노선을 모색하게 되었다. 그러나 알제리 공산당은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원주민과 정착민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알제리 공산당은 반식민주의와 국제주의 정신에 입각해 원주민들의 권리 향상을 주장했다. 그러나 동시에 프랑스 정착민들의 이해관계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알제리 공산당은 종종 모순된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원주민 문제를 둘러싼 갈등
1920년대 프랑스 공산주의자들은 알제리 원주민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그들은 원주민들의 처우 개선과 권리 신장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프랑스의 식민 지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문명화 사명'이라는 미명 하에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되기도 했다.
1936년 알제리 공산당이 창당된 이후에도 이러한 딜레마는 계속되었다. 알제리 공산당은 원주민들의 권리 향상을 주장하면서도, 동시에 프랑스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이는 프랑스 공산당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정착민과 원주민 사이의 갈등 심화
1954년 알제리 독립전쟁이 발발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알제리 공산당은 독립을 지지하면서도, 동시에 프랑스와의 연방제를 주장했다. 이는 정착민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것이었지만, 원주민들의 완전한 독립 요구와는 거리가 있었다.
알제리 독립전쟁 과정에서 정착민과 원주민 사이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프랑츠 파농은 이 시기 알제리에서 일어난 폭력의 실상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그는 식민지에서 원주민과 정착민의 "화해는 전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알제리 공산당의 딜레마와 한계
알제리 공산당은 이러한 갈등 속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지만,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로부터 신뢰를 잃게 되었다. 원주민들은 알제리 공산당이 충분히 급진적이지 않다고 비판했고, 정착민들은 그들이 너무 급진적이라고 비난했다.
더욱이 프랑스 공산당이 알제리 독립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알제리 공산당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프랑스 공산당은 알제리에서의 식민 지배를 종식시키는 것에 대해 주저했고, 이는 알제리 공산당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주었다.

독립 이후의 알제리와 공산당의 운명
1962년 알제리가 독립을 쟁취하면서 상황은 또 다시 변화했다. 독립 직후 알제리는 사회주의 노선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일당독재 체제가 수립되었다. 알제리 공산당은 이 과정에서 주변화되었고, 결국 1965년 금지되었다.
파농이 우려했던 대로, 독립 이후 알제리에서는 '민족 부르주아지'가 새로운 지배계급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과거의 식민 지배자들을 대신해 대중을 착취하고 억압했다. 알제리 공산당은 이러한 상황을 비판했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했다.

알제리 공산당의 역사가 주는 교훈
알제리 공산당의 역사는 식민지 상황에서 좌파 정당이 직면하는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그들은 반식민주의와 국제주의라는 이념적 지향, 원주민의 권리 신장이라는 현실적 요구, 그리고 정착민들과의 관계 유지라는 정치적 필요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했다.
이러한 경험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교훈을 준다. 식민주의의 유산이 남아있는 많은 국가에서, 진보 세력들은 여전히 비슷한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과거의 지배자들과 피지배자들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사회의 진정한 통합을 이룰 것인가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현대 알제리의 정치 상황과 공산당의 유산
오늘날 알제리에서 공산당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그러나 알제리 공산당이 제기했던 문제들, 즉 사회 정의, 경제적 평등, 민주주의의 실현 등은 여전히 알제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2019년부터 시작된 알제리의 민주화 운동 '히라크'는 이러한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히라크 운동은 부패한 정치 엘리트에 대한 저항과 함께, 보다 공정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과거 알제리 공산당이 추구했던 이상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결론: 역사의 교훈과 미래의 과제
알제리 공산당의 역사는 복잡하고 때로는 모순적이었다. 그들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그리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첫째, 식민주의의 유산을 극복하는 것은 단순히 정치적 독립을 쟁취하는 것 이상의 과제라는 점이다. 알제리의 경험은 정치적 독립 이후에도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문화적 갈등이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진보 세력은 이념적 순수성과 현실적 타협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알제리 공산당의 경험은 때로는 이 균형을 잡지 못해 양측 모두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과거의 갈등을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알제리의 현재 상황은 과거의 갈등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그 영향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알제리 공산당의 역사는 우리에게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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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논문: 문종현, "알제리 공산당 - 원주민과 정착민 사이에서", 역사비평 149, 2024.11, pp. 3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