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영화는,
영화 마지막에 관객들을 울리기 위해
영화의 대부분의 시간을 그 마지막 슬픔을 위한 장치로 사용한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처음부터 슬픈 책은 없다.
여느 때처럼 혼자서 순대국밥집에 갔다.
주문을 하고 스포츠신문을 대충 훑어보고선 가방 속에 있는 책을 꺼낸다.
왼손에 책을 들고 팔꿈치를 식탁에 대고 오른손으론 기계적으로 국밥을 떠 입 속에 넣는다.
나름 행복한 순간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동시에 할 수 있으니깐...
이제 막 읽기 시작한 '엄마를 부탁해'
처음 읽자마자 약간의 낯섦이 느껴진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1인칭 시점도 아니고,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도 아니고, 3인칭 관찰자 시점도 아닌....
"너는............"으로 서술되는.... 그러니깐 이건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2인칭 인가........ 아 모르겠다.
어쨌든 생경한 시점으로부터 이상하게 몰입되기 시작한다.
겨우 23 페이지를 읽는 중이었는데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그래, 어떤 이는 말하겠지.
그게 뭐가 슬퍼?
하지만 슬픔은 소설의 내러티브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다.
그 내러티브에서 떠오르는 독자의 경험과 배경지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이 슬프다.
어쩐지...
이 책도 다 읽기가 아까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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