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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누군가의 연애편지

칠백사십육일 째,
쉽지 않은 이인삼각을 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도중에 끈을 풀어버리고 싶은 힘겨움도 있었지만
용케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제 서로의 발목이 아플까봐 끈을 느슨하게 풀어주며
힘들지 않게 가는 방법도 터득했고요.
중요한 건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가는 것이지,
상대방을 옭아매거나 똑같은 걸음걸이로 가는 것이 아닌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겠죠.
앞으로 수천일을 더 함께 가자면
우리의 발목을 묶었던 끈이 닳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발은 따로 따로 걷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가끔 당신이 나의 어쭙잖은 등에 엎여서도 가고
당신의 무릎에 내 머리를 기대누워 쉴 수도 있으니 너무 걱정 말고 갑시다.
남들처럼 빨리 가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그저 길가에 피어있는 들꽃 하나 때문에 그 자리에 웅크려 앉아 시간을 지체합시다.
멋진 집은 아니더라도
빗물 떨어지는 소리 들을 수 있는 마루에 누워 팔베개 해줄 수 있는 그런 집에서 며칠만 묵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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