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불륜과 남미 불륜을 바라보는 관점이 진부하거나 끈적하거나 비도덕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또 마냥 아름답지도 않다. 지극히 객관적이고 건조하게...... 그저 사랑의 또 다른 형태로, 하지만 '열정', '안타까움', '진부', '비도덕' 등은 배제된 채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 속에 그려지는 남미의 모습은 나에겐 동경의 대상이다. 풍요롭게 살지는 못해도 그들의 삶의 만족도는 늘 높아 보인다. 그들에겐 열정과 낭만이 있기 때문이다. 경쟁과 부가 인생의 목표인 우리들과는 삶의 태도부터가 다른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겐 넉넉하진 못해도 늘 행복의 후광이 뒤따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신지는 최고의 여행 친구였다.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게 하는 데는 천재적이었다. 그는 내 사소한 동요나 불쾌함을 보고도 적절히 못 본 척 해주었.. 더보기 연을 쫓는 아이 참 질리게 하는 책이다. 시종일관 우울하고 비참하며 절망적이다. 소설을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이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도 않을 것이며, 그 어떤 희망도 주지 않을 것이란 복선과 암시로 가득하다. 예고된 비극적 결말과 과정들을 한 줄 한 줄 읽어내려가야한다는 것은, 그것도 600여 페이지나 되는 두터운 책을 완독해야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채 몇 장 읽어보기도 전에,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소설을 다 읽기는 힘겹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건 마치 첫장인 집합 부분만 너덜너덜하고 뒷 부분은 빳빳한 수학의 정석과 같은 책이 되어 내 책장에 꽂혀 있게 될 거란 예감같은 거였다. 사실 이 책을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는 성장소설 쯤으로 오해하고 읽기 시작했던 사람들이 많다. 거의.. 더보기 비효율의 효용 - 백열전구에 대한 단상 눈 내리던 겨울밤, 엄마는 페달식 재봉틀로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계시고 적당히 취하신 아빠는 읍내에서 호빵을 사와 검정 비닐봉지 째로 건네신다. 어릴 적 기억인데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영화 속 정지장면처럼 뇌리에 남는 건, 희한하게도 30촉 백열전구의 따뜻한 미장센때문이었다. 대학시절 남천교 옆 또순이네 포장마차에서의 가난했던 음주도, 지금은 사라져버린 전동성당 앞 커피숍에서의 낭만도 모두 백열전구의 색감으로 추억되곤 한다. 백열전구의 판매가 단계적으로 금지되고 있다. 비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이다. 에너지 절약이라는 측면에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형광등이나 삼파장에 비해 에너지 소모가 많고 밝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따뜻함을 주는 하나의 매개로 여긴다면 비효율적이라는 .. 더보기 와인한잔의 진실 와인은 잘 모른다. 그저 대형마트에서 파는 1~2만원짜리 달달한 와인을 가끔 마실 뿐이다. 와인을 제대로 맛보거나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 그저 딱! 맛이 없다고 느껴지는 그런 드라이한 와인을 진짜 맛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와인을 좀 마시는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다. 아마 내가 마셔본 가장 비싼 와인은 헌이형네 바에서 마신 몬테스 알파일 것이다. 분명 맛있었다. 뒷맛도 오래가고 필요치 않은 단맛도 나지 않았다. 묵직한 향도 좋았고...... 이 책을 읽다보면, 마시지 않은 와인의 맛까지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혀로 맛보지 못한 맛을 머리로 맛보는 기분. 와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책은 아니다. 그저 특정 와인이 단편 소설의 모티브가 될 뿐이다. 라 타슈는 복잡한 향기와 혀의 감촉.. 더보기 구타유발자들 혹자는 구토유발자라고도 하더이다. 너무 잔인해서 그렇다나? 허나 요즘 나오는 다른 메이저급 영화, 씬시티, 쏘우, 하다 못해 비열한 거리 보다도 내가 보기엔 더 잔인해 보이진 않는다. 물론 다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다만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조마조마해서 마치 내가 그들의 무리 속에 포함되어있는 듯한 불안함이 생기긴 하더군. 구타는 구타를 낳고 아픔은 아픔을 낳고 복수는 복수를 낳고... 모든 악행에는 그 유발자가 있음을 일러주는 영화. 이 영화를 보는 동안의 가장 큰 즐거움은 오달수의 신들린 듯한 연기였다. (연기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두번째 즐거움은 성악과 교수의, 인간 내면에 잠재해있는 추접스러움을 드러내는 완벽한 연기 세번째 즐거움..... 애석하게도 이 영화에 나오는.. 더보기 레인맨 탑건이나 칵테일 때의 톰크루즈 모습이다. 근래에 싸이언톨로지교에 심취해 뉴스쇼에 나와 추태를 부리는 톰크루즈는 날 실망시켰지만, 분명 20년전 톰크루즈는 환상적인 외모를 자랑해주신다. 그리고 더스틴 호프만, 아이엠샘에서 소름끼치는 연기를 보여줬던 숀펜에게 연기의 롤모델이 있었다면 그건 분명, 레인맨에서의 더스틴 호프만이었을 것이다. "하나는 나쁘고, 둘은 좋아" "우린 둘이에요." 이야기는 모두가 예상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예상된다고 해서 감동이 없는 건 아니다. 더보기 썸머워즈 신카이 마코토가 만들어내는 애니메이션을 극사실화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들어내는 애니메이션을 환상화로 치자면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은 공상화 쯤으로 얘기할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즉 초현실적인 내용의 애니를 그린다면 호소다 마모루는 현재 현실에선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내용의 애니를 그린다. 썸머워즈도 대단한 창의적 상상력이 동원되었고, 보는 내내 그 상상력에 감탄하게 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완전 비현실적인 얘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든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얘기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도 그랬듯 썸머워즈를 보다보면, 그 현란한 상상력의 세계 속에서도 '인간성'을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가족애, 사춘기의 설레는.. 더보기 일본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열명의 죄인을 놓친다 하더라도, 죄 없는 한명을 벌하지 말지어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하물며 사람이 사람을 심판한다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재판관에게 무죄판결이란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행동이다. 무죄판결이란 경찰과 검찰을 부인하는 행위이고, 즉 국가 권력에 대항하는 행위이다. 즉 무죄판결을 많이하는 재판관은 출세가 어렵고, 재판관들에겐 "의심스러운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으로 법칙이 작용하게된다. 웬만하며 유죄를 판결하게 되는 것이다. 피의자가 무죄를 입증하기위해선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수반된다하더라도 무죄선고를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증거가 없는 성추행 범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결국 피해자와 피의.. 더보기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 43 다음